프롬프트 엔지니어, 생성형 AI가 만든 눈사람일까?

생성형 AI 조련사로 화제가 된 프롬프트 엔지니어
진입장벽이 사라져도 경쟁력 갖추려면 기술적 이해도 필요해

 

[더테크=조재호 기자] IT 기업이 '문과'를 찾는다. 그것도 홍보가 아닌 엔지니어링 분야다. 이들의 주된 업무는 질문과 대화다. 인공지능(AI)와 소통하면서 시스템을 개선하는 신직업, '프롬프트 엔지니어' 이야기다.

 

GPT를 활용한 Bing이나 PaLM2를 탑재한 구글의 바드(Bard)처럼 생성형 AI를 활용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언제부턴가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군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 '프롬프트'(Prompt)는 AI와 소통을 위한 명령 혹은 지시어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프롬프트 엔지니어란 AI에게 원하는 결과물을, 빠른 시간 내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업은 프롬프트를 다루고 AI가 내놓는 결과물의 품질을 좌우한다. 더 좋은 품질을 위한 과정을 담당하기에 서비스 이용자는 물론 개발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국내외 스타트업들이 억대 연봉을 주면서까지 채용하려는 '귀하신 몸'이 됐다.

 

미국의 AI 스타트업 앤스로픽(Anthropic)은 챗GPT 열풍을 일으킨 오픈  AI출신들이 설립횄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구하면서 연봉 최대 33만5000달러(4억4000만원)을 제시했다. 국내 AI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도 비슷한 시기 1억원의 연봉을 제시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주어진 주제와 관련성이 높은 단어를 구조화해서 문법적으로 올바른 프롬프트를 생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당 프롬프트가 제대로 된 답변을 생성하는지 검증하거나 이용자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개선 사항을 생성하는 일을 진행한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생성형 AI와 소통하는 만큼 AI 자체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구체적이면서 창의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 챗GPT나 바드를 활용해보면 목적이 명확하고 연속성 있는 질문이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다.

 

물론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엄연히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업무를 하고 여기에 언어와 글쓰기 능력이 요구된다. 나아가 시스템적으로 완성도 높은 프롬프트를 생성하기 위해 개발자와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금득규 유한대 인공지능융합과 교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에 대해 “지금 막 열린 시장으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엔지니어라는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해야 한다”며 “프론트엔드에서 움직이는 인원들이 살아남으려면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분야의 지식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나아가 시스템 설계까지 가능한 능력을 갖춰야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생성형 AI와 관련한 직업도 한 때의 유행처럼 지나갈 수 있다. 메타버스와 NFT, 블록체인, 코인 열풍이 보여주듯, 다양한 스타트업과 직업이 생길 가능성이 높지만 그야말로 '트렌드'에 맞추기만 한 직업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IT 기업도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신규 채용하는 것보다 기존 개발자 인원에서 문해력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인원을 재배치해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명명된 것도 길어야 3~4개월 된 이야기”라며 “새로운 직업보다 하나의 기술 정도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전문적인 직업이 아닌 대중성의 측면에서도 명령어를 사고파는 시장의 규모도 커졌다. 프롬프트베이스를 비롯한 온라인 프롬프트 마켓도 지난해 1개에서 14개까지 늘어났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업체가 등장했다. 

 

한 프롬프트 마켓 관계자는 “문·이과를 떠나 프롬프트가 계속 정제돼 쌓일 것”이라며 생성형 AI 이전에 고객상담 분야에서 활용되는 챗봇이나 상담봇을 예로 들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서비스 분야에서 프롬프트의 접근성이나 난이도는 계속 떨어질 것” 고도 말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주목받은 이유는 일종의 '낯선 파급력'으로 보인다. SF에서나 볼법한 인공지능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유행과 함께 일상에 스며들었다. 초기 서비스 단계에서 이용자들의 숙련도도 천차만별이다. 여기서 기획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라고 할 수 있다.

 

AI 업계의 한 스타트업 관계자도 프롬프트 엔지니어에 대해 다소 의문점을 지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 그는 “IT 업계의 특성상 엔지니어라면 기술 스택이 필수적인데,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문제를 인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스타트업의 특성상 해결 능력에 방점이 찍힌다”고 말했다. 다만,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문제인식능력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유행이라면 유행 같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보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새로운 기술이 만든 하나의 진입장벽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한 셈이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장벽은 서서히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접근성이나 이용자들의 이해도 자체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적인 이해도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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