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철갑옷' 입고 등장한 버추얼 농구단

온마인드, SK나이츠와 함께 선수 22인 버추얼 휴먼으로 재탄생
실시간 렌더링 기술 통해 양방향 소통 가능

 

[더테크=전수연 기자] 특별한 경기인 만큼 만원 관중이 들어선 경기장은 선수들을 보기 위해 모인 팬들로 한껏 달아올랐다. 시끄러운 분위기 속 조명이 꺼지고 경기장 천장에 이번 시즌을 이끌 선수들을 소개하는 인트로 영상이 시작됐다.

 

팬들의 환호와 함께 시작된 영상 속 22명의 선수와 코치단은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철갑옷을 두르고 있었다. 기사단이 된 선수들은 강렬한 표정과 동작으로 시즌 개막을 맞는 결의를 드러낸 모습이었다.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나이츠 프로농구단의 개막전 풍경이었다. 

 

평소 농구 코트 위에서 보이는 선수들의 가볍고 빠른 움직임과 비교되는 기사단의 무게감 있는 모습은 평범한 선수 소개 영상보다 훨씬 웅장하게 느껴졌다. 이른바 '디지털 휴먼' 기술이 접목된 의미있는 시도였다. 

 

선수 각각의 헤어스타일, 얼굴 골격 등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디지털 휴먼이라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다. 자칫 어설프게 외모가 고증되면 선수들의 개성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눈앞에서 본 선수들의 실물과 거의 유사하게 재현된 모습이었다.

 

SK나이츠의 공식 색상인 빨간색의 로고와 기사단의 철갑옷 등이 만나 구단의 상징을 잘 드러낸 인트로 영상이었다. 덕분에 몇몇 선수들의 이름과 등번호를 금방 외울 수 있었다. 

 

테크와 스포츠가 접목된 시도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경기 시작 후에는 직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응원 시간이 이어졌다. 무대 위 치어리더들이 동선을 맞추자, 전광판에는 버추얼 휴먼 ‘나수아’가 등장했다.

 

버추얼 휴먼 나수아는 치어리더와 같은 복장을 하고 응원가에 맞는 ‘칼 군무’를 추기 시작했다. 기존 응원단뿐만 아닌 전광판 속 버추얼 휴먼을 통해 응원 동작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 관람에 또다른 즐거움이 더해진 기분이었다.

 

이번 행사 영상은 선수단의 얼굴 개성을 살리기 위해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적용됐다. 3D 스캔 장비인 포토그래메트리(Photogrammetry)’는 다수의 카메라로 촬영된 이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이 공간을 재구성하고 좌푯값을 생성해 폴리곤(Polygon, 3차원 그래픽에서 입체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기본 단위로 사용하는 정다각형의 면) 데이터로 만드는 형태였다. 

 

영상 속 선수단이 검을 휘두르거나 달려가는 장면이나 나수아의 치어리딩 무대에는 3D 엔진을 활용한 실시간 렌더링(Real-Time Rendering) 기술이 적용됐다. 렌더링 기술은 퍼포머의 움직임을 캡처해 캐릭터에 적용한 후 배경 및 각종 효과들로 원하는 씬을 구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별도의 영상 합성이나 후처리 렌더링 없이 3D 영상이 구현됐다.

 

이날 경기에 앞서 버추얼 휴먼 전문기업 온마인드는 미디어 설명회를 진행했다. 목진우 온마인드 CEO는 자연스러운 영상을 위해 실시간 렌더링의 콘텐츠 생성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목 CEO는 “양방향 소통으로 친근한 버추얼 휴먼이 만들어진다. 또한 실시간 방송 송출 시스템을 위해 별도 송출서버를 만들어 딜레이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막전을 통해 스포츠와 테크의 결합을 실제로 경험해보니 미래에는 이런 방식의 응원이 흔해지리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인트로 영상에 머물지 않고 선수와 팬이 양방향 기술로 소통하는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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