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 이지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양자컴퓨팅을 활용해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차세대 다성분 다공성 물질(MTV) 설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맞춤형 신소재 개발의 새로운 길을 열며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큰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KAIST는 9일 생명화학공학과 김지한 교수 연구팀이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수백만 가지 MTV 설계 공간을 효율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MTV는 여러 종류의 유기 리간드(링커)와 금속 클러스터 등 ‘빌딩 블록’ 물질을 조합해 만드는 다공성 소재로, 구조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어 ‘분자 수준 레고 블록’으로 불린다. 가스 흡착·분리, 촉매, 센서, 에너지 저장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해 차세대 친환경 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구성 성분이 늘어날수록 가능한 조합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고전 컴퓨터로는 막대한 경우의 수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TV 구조를 ‘그래프(지도 위 연결망)’ 형태로 표현하고, 이를 양자컴퓨터의 큐비트에 매핑했다. 이후 ‘어떤 블록을 어떤 비율로 배치하면 가장 안정적인 구조가 되는가’라는 최적화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풀었다.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여러 경우를 겹쳐 계산할 수 있어, 수백만 가지 조합을 한 번에 탐색해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빠르게 찾아냈다. 실험 결과, 실제 보고된 4종의 MTV 구조를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과 IBM 양자컴퓨터 계산 모두 동일한 결과를 보여 이 방법의 실효성이 입증됐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기술을 머신러닝과 결합해 단순 구조 설계를 넘어 합성 가능성, 가스 흡착 성능, 전기화학적 특성까지 고려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김지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다성분 다공성 소재 설계의 병목을 양자컴퓨팅으로 해결한 첫 사례”며, “탄소 포집·분리, 선택적 촉매 반응, 이온전도성 전해질 등 정밀 조성이 핵심인 분야에서 맞춤형 소재 설계로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테크 이승수 기자] 삼성SDI가 미국 현지 생산을 앞둔 차세대 ESS 배터리 솔루션을 대거 공개했다. 삼성SDI가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북미 최대 에너지산업 전시회 'RE+(Renewable Energy Plus) 2025'에 참가해 차세대 배터리 제품 라인업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인 ‘SBB 1.7’과 ‘SBB 2.0’은 내년부터 미국에서 본격 생산에 들어가며, 강화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최대 ESS 시장인 미국 공략에 속도를 낸다. SBB 1.7은 삼원계 NCA 배터리를 탑재해 기존 SBB 1.5 대비 동일한 컨테이너 크기에서 용량을 17% 늘린 6.14MWh를 구현했다. SBB 2.0은 삼성SDI가 처음으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적용한 제품으로, 독자적인 각형 폼팩터와 소재·극판 기술을 바탕으로 낮은 에너지 밀도라는 기존 LFP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SBB는 20피트 컨테이너에 배터리와 안전장치를 집약한 ESS 솔루션이다. 삼성SDI는 자체 개발한 함침식 소화 기술(EDI), AI 기반 고장 진단 및 수명 예측 알고리즘을 적용해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장수명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EDI 기술은 열폭주 발생 시 소화 약제를 직접 분사해 열 확산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최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요건 강화와 관세 부담 등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삼성SDI는 삼원계와 LFP 배터리가 적용된 신형 SBB를 현지에서 생산해 미국 고객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데이터센터 수요에 특화된 UPS용 고출력 배터리 ‘U8A1’도 눈길을 끌었다. U8A1은 독일 ‘더 스마터 E 유럽 2025’에서 국내 업체 제품 중 유일하게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공간 효율을 33% 높여 AI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비상 시에만 작동하던 기존 UPS와 달리, 전력 품질 안정화 기능을 더해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을 높였다. 이 제품은 각형 폼팩터와 LMO 소재를 기반으로 고출력과 안전성을 확보했으며, 미국 화재안전성 테스트(UL9540A)도 통과했다. 삼성SDI는 ‘각형 존’을 통해 알루미늄 캔 구조의 내구성과 열전도성을 갖춘 각형 배터리 기술을 소개했다. 화재 시 열 확산을 막는 ‘No TP’ 기술과 고에너지 밀도를 확보하는 Z-스태킹 방식은 글로벌 ESS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대표적 차별화 기술로 꼽힌다. 이와 함께 미국 시장 내 공급망 체계와 수상 이력을 소개하는 ‘USA 프로덕션 존’과 ‘어워드 존’을 마련했으며, SBB 내부에 들어온 듯한 공간을 연출한 프라이빗 미팅룸에서는 현지 고객들과 비즈니스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 최적화된 ESS 신제품과 차별화된 기술력을 선보였다”며 “축적된 각형 배터리 노하우와 현지 생산 역량을 통해 미국 시장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더테크 이승수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최초로 국방 로봇 체계 양산에 들어간다. 위험한 임무에 로봇을 투입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입대 자원 부족 문제도 기술로 보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일 방위사업청과 약 2,700억 원 규모의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로봇은 원격으로 지뢰와 급조폭발물(IED)을 탐지·제거할 수 있으며, 국산 국방 로봇이 우리 군에 전력화되는 첫 사례다. 올해부터 양산되는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은 모듈 교체 방식으로 다양한 임무에 대응할 수 있다. 기본 장착된 집게형 조작팔과 감시장비는 360도 전 방향에서 위험물을 처리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X-레이 투시기, 지뢰탐지기, 무반동 물포총, 산탄총, 케이블 절단기, 유리창 파쇄기 등을 장착해 활용 가능하다. 그동안 지뢰·IED 제거는 장병들이 직접 위험지역에 투입돼야 했고, 외산 로봇을 일부 도입했지만 수량이 제한적이었다. 이에 정부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7년부터 탐색 개발에 착수해 2023년 체계개발을 완료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다목적 무인차량 개발을 통해 축적한 무인화 기술 역량을 결집한 결과”라며 “국내 국방력 강화는 물론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테크 이지영 기자] 서비스 출시 22년을 맞은 네이버 블로그가 새로운 슬로건 ‘기록의 발견, 즐거운 연결’과 함께 향후 서비스 방향을 8일 공개했다. 2003년 시작한 네이버 블로그에는 2025년 8월 기준 누적 게시글 33억 건, 블로그 수 약 3,700만 개가 쌓였다. 네이버는 앞으로 단순한 기록 공간을 넘어, 블로그에 담긴 기록이 더 잘 발견되고 취향이 비슷한 이용자들이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큰 변화는 개인화 추천 강화다. 오는 10일 개편되는 ‘블로그 홈’은 단순히 이웃 새 글을 모아 보여주던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이용자의 관심사·관계·활동 이력을 반영해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한다. 인기글, 최근 방문 블로그 글,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들이 본 글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관계도순 정렬’ 기능으로 자주 소통하는 이웃의 글을 우선 볼 수도 있다. 또, 소통 기능도 확대된다. 블로그 게시글에는 기존 ‘좋아요’ 외에도 ‘웃겨요’, ‘놀라워요’ 등 6종의 반응 이모티콘을 남길 수 있게 되며, 블로그 메인에 추가할 수 있는 ‘위젯’ 기능도 선보인다. 나아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들이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고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도 준비 중이다. 네이버 이일구 콘텐츠서비스 부문장은 “블로그는 20년 넘게 기록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오며 사랑받아왔다”며 “앞으로는 블로그 기록을 통해 새로운 관심사와 트렌드를 발견하고, 관계를 확장할 수 있는 ‘함께 하는 블로그’로 발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 블로그는 홈 개편을 기념해 ‘블로그 홈 보물찾기 이벤트’를 9월 10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다. 블로그앱을 통해 하루 한 번 참여 가능하며, 추첨을 통해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지급된다.
[더테크 이승수 기자]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초고층 빌딩, 대형 쇼핑몰 등 고전력 설비가 밀집된 시설의 화재 안전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내화 케이블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LS전선은 국내 최초로 국제 신규 내화 기준(IEC 60331-4)을 충족한 MV(중전압) 내화 케이블을 상용화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신제품은 830℃ 고온에서도 전력 공급이 가능해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대규모 다중이용시설 등 고전력 인프라에 최적화됐다. 내화 케이블은 화재 상황에서도 일정 시간 전력을 유지해야 하는 비상 전원, 피난 설비, 소방 시스템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기존에는 국내 표준이 없어 일반 케이블에 방화 도료와 덕트를 덧씌우는 복잡한 시공 방식을 사용해왔다. 이로 인해 공간과 비용 부담은 물론, 고소(高所) 작업으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도 컸다. LS전선의 이번 제품은 케이블 하나로 기존 3단계 시공 공정(케이블+도료+덕트)을 대체할 수 있어 설치가 간소화되고 공간·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무엇보다 현장 작업자의 안전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LS전선은 지난해 12월 MV 내화 케이블 국제 표준 제정과 동시에 국가 공인인증기관의 성능 평가를 마치고 곧바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회사 측은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 시설 확산에 맞춰 전력 인프라의 안정성과 시공 효율을 동시에 높이며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LS전선은 앞서 2019년 업계 최초로 LV(저압)급 고내화 케이블에 대해 국가 재난안전제품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이 제품은 950℃에서 180분간 전력 공급이 가능해, 일반 제품(830℃·120분)보다 화재 대응 시간을 1.5배 이상 확보할 수 있다.
[더테크 이승수 기자] 구글의 ‘나노 바나나’로 불린 최신 이미지 생성 기술이 화제를 모은 가운데, 국내에서도 비슷한 기능을 갖춘 솔루션이 등장했다. 국내 생성형 AI 전문 기업 딥브레인AI는 8일 자사 AI 영상 합성 플랫폼 ‘AI 스튜디오’에 새로운 이미지 생성·편집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보인 기능은 △사진 합성 툴 ‘홈 캔버스(Home Canvas)’ △AI 레트로 변환 툴 ‘패스트 포워드(Past Forward)’ △AI 스타일 변환 툴 ‘젬부스(Gembooth)’ 등 3가지다. 이번 업데이트는 전문가가 직접 손봐야 했던 복잡한 이미지 합성이나 편집 작업을 AI가 대신 처리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는 원하는 이미지를 입력하거나 간단한 프롬프트만 입력해도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글로벌 누적 이용자 200만 명을 돌파한 AI 스튜디오에 적용돼 기존의 AI 아바타, AI 보이스 기능과 함께 활용할 수 있어 확장성이 뛰어나다. 웹 기반으로 제공돼 별도 설치 없이 사용할 수 있고, 무료 체험도 지원한다. 세부 기능을 보면, 홈 캔버스는 사용자가 업로드한 공간 사진에 책상, 자동차 등 원하는 오브젝트를 클릭 한 번으로 배치할 수 있다. AI가 자동으로 빛의 방향, 그림자, 크기를 보정해 자연스러운 합성 이미지를 완성해준다. 인테리어 시뮬레이션이나 제품 홍보 이미지 제작에 활용하기 좋다. 패스트 포워드는 인물 사진을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별 분위기에 맞게 변환해주는 기능으로, 레트로 감성을 담은 콘텐츠 제작에 유용하다. 젬부스는 인물 사진을 기반으로 르네상스 초상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흑백 누아르 등 다양한 아트 스타일로 변환해준다. 두 기능 모두 개인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기업의 캠페인이나 SNS 이벤트에도 활용 가능하다. 장세영 딥브레인AI 대표는 “이미지 합성과 편집은 이제 전문 기술자가 아니라도 AI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앞으로는 로고 합성, 가상 피팅(버추얼 트라이온) 같은 새로운 기능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200만 명 이상이 신뢰하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창작의 장벽을 낮추고, 더 높은 품질의 서비스와 혁신적인 기능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더테크 서명수 기자]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AI 트랜스포메이션 위크(에이전틱 AI,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다)’를 열고, 차세대 AI 패러다임으로 주목받는 에이전틱 AI의 가능성을 산업 현장에 직접 도입한 사례를 공유한다. 에이전틱 AI는 단순한 대화형을 넘어 스스로 상황을 이해하고 다양한 시스템과 연결돼 복잡한 업무를 자동화·최적화하는 AI 모델을 뜻한다. 기업들이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데 핵심 기술로 꼽힌다. 행사는 총 6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19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되는 ‘See the Agentic AI, 일의 판을 바꾸다’ 세션에서는 이마트, KT, LG전자,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기업이 실제 도입 경험을 공개한다. 업무 현장에서 에이전틱 AI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다. 26일에는 강남 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제조업 특화 세션 ‘제조업의 미래, Agentic AI로 다시 쓰다’가 열린다. 아모레퍼시픽, 포스코, 한화 등 국내 대표 제조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 품질 혁신, 공급망 최적화 등 구체적인 사례를 공유하며 제조업의 전환점을 모색한다. 이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기반 클라우드 전략을 다루는 ‘Ground the Agentic AI’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을 활용한 해커톤 ‘코파일럿 에이전톤 서울 2025’ ▲개발자 핸즈온 워크숍 ‘Code the Agentic AI’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Learn the Agentic AI’까지 마련됐다. 참여자는 AI 에이전트의 개발부터 실제 적용까지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사가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국내 기업들이 에이전틱 AI를 본격적으로 업무에 도입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초기 전략을 세우고 활용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자리라는 평가다. 조원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는 “AI가 산업 현장과 조직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전환점에 와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에이전틱 AI의 잠재력을 보고, 배우고, 체험하면서 실제 업무 혁신을 이끌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테크 이승수 기자]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력케이블연구센터 권익수 박사 연구팀이 해상풍력용 해저 전력케이블의 장기 신뢰성을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위해 신재생에너지가 필수적인 가운데, 경제성과 효율이 높은 해상풍력 발전은 국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바닷속 해상풍력 전력케이블은 해류로 인해 지속적인 기계적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장기적인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현재 전력케이블 표준 시험은 전기·열 스트레스를 먼저 인가한 뒤 기계적 스트레스를 추가로 가하는 ‘순차적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권익수 박사팀은 이 방식으로는 해상풍력 환경에서의 신뢰성을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 전기·열·기계적 스트레스를 동시에 인가하는 새로운 복합 시험 기술을 제안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팀은 기존 장비와는 전혀 다른 구조 설계를 도입했다. 고전압과 기계적 하중이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안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다수의 센서를 정밀하게 부착·계측할 수 있는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 결과 실제 해상 환경을 모의해 케이블의 장기 신뢰성과 안전성을 기존 방식보다 훨씬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게 됐다. 권익수 박사는 “바다는 육지보다 훨씬 까다로운 환경인 만큼 해저 전력케이블의 성능 평가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며 “이번 성과는 기존에 없던 세계 최초의 새로운 평가 플랫폼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KERI는 이번 기술과 관련한 국외 특허를 확보했으며, 다양한 해역 조건과 케이블 종류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확대해 데이터 기반의 평가 신뢰성을 더욱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번 기술을 해상풍력용 해저 전력케이블의 국가 표준 시험평가 방법으로 제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KE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신재생에너지핵심 기술개발사업(풍력)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더테크 이지영 기자] 기업들이 오랫동안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 활용해 온 관계형 데이터베이스(DB)는 거대 AI 모델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비용 부담, 데이터 불일치, 복합 질의 처리의 한계가 드러나며 새로운 대안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그래프-관계형 DB 시스템을 개발, 산업 현장 적용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KAIST는 전산학부 김민수 교수 연구팀이 관계형 DB와 그래프 DB를 완전 통합해 질의를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새로운 DB 시스템 ‘Chimera(키마이라)’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Chimera는 국제 성능 표준 벤치마크에서 기존 시스템 대비 최소 4배에서 최대 280배 빠른 성능을 입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래프 DB는 데이터를 정점과 간선으로 표현하는 구조로, 사람·사건·장소·시간처럼 복잡하게 얽힌 정보를 분석하고 추론하는 데 강점을 지닌다. 최근 AI 에이전트, SNS, 금융, 전자상거래 등에서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관계형 DB와의 복합 질의 수요가 늘었고, 이를 반영해 관계형 질의 언어(SQL)에 그래프 탐색 기능을 확장한 신규 표준 언어 ‘SQL/PGQ’도 제안됐다. 문제는 기존 접근 방식이 그래프 탐색을 억지로 조인 연산으로 흉내 내거나, 메모리에 그래프 뷰를 미리 구성해 처리하는 방식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전자는 탐색 단계가 깊어질수록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고, 후자는 데이터 규모가 조금만 커져도 메모리 부족으로 실행이 실패한다. 또한 원본 데이터 변경이 즉시 반영되지 않아 최신성이 떨어지고, 관계형·그래프 결과를 별도로 결합해야 하는 비효율도 존재했다. KAIST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 저장 계층과 질의 처리 계층을 모두 새롭게 설계했다. Chimera는 그래프 전용 저장소와 관계형 저장소를 함께 운영하는 ‘듀얼 스토어 구조’를 도입하고, 그래프 탐색과 관계형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탐색-조인 연산자’를 적용해 복잡한 연산을 단일 체계에서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결과 Chimera는 국제 벤치마크 LDBC Social Network Benchmark(SNB)에서 최소 4배, 최대 280배 향상된 성능을 기록했다. 그래프 데이터 규모가 아무리 커져도 메모리 부족으로 인한 질의 실패가 발생하지 않고, 뷰를 사용하지 않아 데이터 최신성 문제도 없다. 김민수 KAIST 교수는 “데이터 간 연결 관계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만큼, 그래프와 관계형 DB를 아우르는 통합 기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Chimera는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기술로, 향후 AI 에이전트, 금융,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산업에서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테크 이지영 기자] 국산 DBMS 업체 큐브리드가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2025년도 범정부EA 기반 공공부문 정보자원 현황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최초로 점유율 10.6%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공공기관에 도입된 국산 DBMS 제품 중 2년 연속 가장 높은 점유율이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매년 공공부문 정보자원 현황을 집계해 범정부 정보화 정책 수립과 의사 결정을 지원하고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해당 통계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큐브리드는 2016년 공공부문 점유율 2.6%(405개 도입)에서 출발해, 2024년에는 2,017개 공급으로 10.6% 점유율을 기록하며 대표적인 국산 DBMS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DBMS 공급업체 점유율 순위는 오라클(62.51%), 마이크로소프트(14.36%), 큐브리드(10.58%), 티맥스데이터(9.07%), 마리아DB(3.48%)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외산 소프트웨어 비중은 줄었으며,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큐브리드 간 격차는 6.9%에서 3.8%로 크게 좁혀졌다. 정병주 큐브리드 대표는 “DBMS는 운영체제와 함께 국산화가 어려운 영역으로 꼽혀왔지만, 제품 기술력과 맞춤형 지원, 인식 개선을 통해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왔다”며 “공공부문의 클라우드 전환 수요가 확대되면서 국산 오픈소스 DBMS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제품 혁신과 사용자 생태계 확대를 통해 경쟁 우위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더테크 서명수 기자] LG전자가 유럽 가전 시장 공략을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LG전자 류재철 HS사업본부장은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5 기자간담회에서 “유럽은 북미와 함께 세계 최대 프리미엄 시장”이라며, “현지 고객의 생활환경과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으로 5년 내 유럽 가전 매출을 2배로 키워 확고한 1위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유럽 가전 시장은 2025년 약 150조 원 규모에 달하며 2030년까지 연평균 4.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이미 북미 프리미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글로벌 강자들과 프리미엄·볼륨존 전반에서 경쟁 중이다. 류 본부장은 LG전자가 변동성이 큰 하드웨어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B2B(기업간거래), D2C(직접판매), Non-HW(소프트웨어·서비스)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아 수익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빌트인 가전 수요가 높은 유럽 특성을 고려해 ‘LG 빌트인’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고, 2030년까지 빌트인 매출을 10배 이상 늘려 유럽 시장 Top5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호텔과 병원 등 상업용 세탁 수요를 겨냥해 ‘LG 프로페셔널’ 라인업도 선보인다. D2C 부문에서는 온라인브랜드샵(OBS) 매출을 3배 확대하고, AI 기반 맞춤 서비스와 전용 모델을 통해 OBS를 핵심 채널로 육성한다. 여기에 AI홈 플랫폼 ‘씽큐 온(ThinQ ON)’을 유럽 주요국에 출시해 IoT 기기와 연동되는 경험을 제공하며 Non-HW 영역에서도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제품 전략에서도 프리미엄과 볼륨존을 동시에 강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자랑하는 세탁기·냉장고·세탁건조기를 선보였으며, ‘AI 코어테크’를 적용해 유럽에서 높아지는 에너지 절감 수요에 대응했다. LG전자는 기술력을 볼륨존 모델에도 확대 적용해 “고효율=LG” 이미지를 굳히고, 세탁기와 냉장고 등 주요 제품군의 A등급 이상 비중을 빠르게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빌트인 스타일과 벽 밀착 설치형 등 유럽 가정환경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현지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춘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씽큐 AI’를 유럽 시장에 본격 론칭한다. 기존 제품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씽큐 업(ThinQ UP)’과 상태 관리 서비스인 ‘씽큐 케어(ThinQ Care)’를 통해 가전을 구매한 뒤에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 류 본부장은 “이러한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LG전자가 유럽에서 ‘가전=LG’라는 공식을 확립하고, 확고한 1위 브랜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테크 이지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외부 자기장이나 극저온 장치 없이도 전자의 스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자성 나노 나선 구조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이번 성과는 차세대 메모리와 정보 소자 기술로 주목받는 스핀트로닉스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려대학교 김영근 교수 연구팀(제1저자 전유상 박사, 정은진 연구원)과 서울대학교 남기태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카이랄(Chiral) 자성 나노 나선 구조’ 제작에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상온을 포함한 넓은 온도 범위에서 전자의 스핀을 선택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스핀트로닉스는 전자의 전하뿐만 아니라 스핀(↑, ↓)을 활용해 정보를 저장·처리하는 차세대 전자재료 기술이다. 특히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의 핵심 기반 기술로, 반도체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연구팀은 금속의 결정화 과정을 전기화학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으로 나노 스케일의 나선 구조를 만들고, 소량의 카이랄 유기분자(신코닌, 신코니딘)를 도입해 나선의 회전 방향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무기물 기반 구조에서 카이랄성을 구현한 세계 최초 사례로, 기존 이론적 연구를 실험적으로 입증한 결과다. 실험 결과, 카이랄 자성 나노 나선 구조는 특정 스핀만 통과시키고 반대 방향 스핀은 차단하는 성질을 보였다. 또한 구조 자체의 자성을 기반으로 상온에서도 스핀이 장거리 이동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나노 나선이 자기장 속에서 스스로 전압을 발생시키는 특성을 활용해, 카이랄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도 제시했다. 김영근 교수는 “자성체의 고유한 성질이 카이랄 구조와 결합하면서 스핀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카이랄 스핀트로닉스의 원리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남기태 교수도 “금속에서 나노 스케일 카이랄성을 구현하고 제어한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였는데, 이번 성과는 그 난제를 해결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국가반도체연구실지원핵심기술개발사업과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사이언스 9월 5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