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국내 최초로 기업에 '질화갈륨 반도체' 서비스 도입

150나노 질화갈륨 설계키트 공개 및 칩 제작 서비스 시행
차세대 반도체 기술 확보로 K-방산, 6G 위성 등 자립화 기대

 

[더테크=조재호 기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처음으로 150나노 질화갈륨(GaN) 반도체 기술 국산화를 위한 파운드리 시범서비스를 본격 시작한다. 국내기업은 그동안 질화갈륨 반도체칩 제작을 위한 양산, 설계환경이 부족해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이에 칩설계 키트 제공, 칩 제작 도움으로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ETRI는 원내에서 산·학·연 관련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용 화합물반도체 연구 파운드리 구축사업’으로 개발한 150나노 질화갈륨 마이크로파집적회로(MMIC) 설계 키트(PDK) 공개발표회를 4일 개최했다.

 

질화갈륨 반도체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소재·소자로 스텔스기의 에이사(AESA) 레이더, 6G 통신에 사용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 실리콘, 탄화규소·갈륨비소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인정받는다. 또 최근 기술 전략물자화의 대표 기술로 최첨단 무기에도 적용될 만큼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ETRI는 지난 15년간 다양한 주파수 대역에서 활용하기 위한 GaN 반도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구진은 국내 처음으로 150나노 GaN 전자소자와 MMIC 기술 개발을 마쳐 이날 일반에 공개했다.

 

전 세계로 주목받고 있는 150나노 GaN 반도체는 오직 전 세계에서 6개 기관에서만 파운드리 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ETRI는 지난 36년간 팹(Fab)을 운영하며 화합물반도체 관련 기술이 축적돼 GaN 반도체까지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술축적을 바탕으로 미세패턴공정, 식각 등 주요 공정에서 매우 우수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고 수율이나 신뢰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국내 화합물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자체 칩을 만들기 위해 외국 파운드리 업체에 의존했다. 설계·공정 등 개발 기간이 오래 걸려 시스템 검증·납기 등에 어려움을 겪거나 경쟁력이 떨어졌다.

 

ETRI는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K-방산 등 반도체 관련 기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칩 설계에 꼭 필요한 설계환경까지 만들어 배포해줌으로써 칩 제작을 더욱 쉽게 도와주게 된다.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정에 맞도록 제공되는 프로세스 설계키트가 필수다. 이에 ETRI는 올해부터 기업에 시범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본격 지원을 시작한다.

 

우선 연구진은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를 위해 4월 중 제안서 접수를 받고 4개 기업을 선정한 후 설계를 신청받아 하반기 1차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한다. 2025, 2026년에도 각 4개 기업을 선정해 3년 동안 총 12개 기업에 대한 수요를 받아 칩 생산까지 무료로 책임질 예정이다.

 

ETRI는 보유하고 있는 4인치 GaN 반도체 제작 일괄공정기술·생산 팹을 활용해 해외업체와 대등한 수준으로 기업에 서비스한다. 연구진은 소자의 성능을 끌어올려 Ka-밴드 주파수 대역까지 지원하는 MMIC 제작이 가능하며 PDK를 제공해 사용자 맞춤형 파운드리 서비스도 지원한다.

 

ETRI는 전자소자 특성을 결정짓는 미세 게이트 형성기술을 포함한 MMIC 부품 공정기술·설계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자체 화합물 팹에서 제작·소자 성능 검증을 마치고 파운드리 시범서비스에 나서는 것이다.

 

프로세스 설계키트는 소자 정보, 모델, 레이아웃, 회로 검증 등을 포함하며 MMIC 설계를 위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이 쉽게 파운드리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용 3~400나노 GaN 반도체 파운드리 상용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다. 하지만 GaN 소자의 동작 주파수는 소자의 게이트 길이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아 제작할 수 있는 MMIC의 동작 주파수가 X-band(~8GHz) 이하의 주파수 대역으로 제한됐다.

 

이번 150나노급 서비스는 그동안 업체의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GaN 소자·집적회로는 동작주파수 30GHz 대역에서도 동작할 수 있다. ETRI는 이번 서비스에 군수무기체계 업체와 관련 산·학·연 등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ETRI 팹의 공정에 맞는 회로 설계환경이 사용자에게 제공되면 향후 반도체 산업 활성·자립화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 향후 시범서비스의 진행 상황을 검토하고 사용자 의견을 청취해 서비스를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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