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차전지, 난관은 전기차 보급률과 LFP

LFP-MCN 배터리 경쟁 구도 심화와 보급형 모델의 약진
국내 이차전지 제조업체도 대응책 마련 중…그러나 전반적인 관심↓

 

[더테크=조재호 기자] 국내 이차전지 업계에 부정적인 소식이 잇따르는 분위기다.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약진과 더불어 유럽과 미국의 정책 변화 때문이다.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의 부진과 함께 보급형 모델의 폭발적인 관심도 골칫거리다. LFP 배터리 수요 대응도 대응이지만, 전기차 보급 속도가 더뎌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이차전지 시장에 성장통이 감지된다는 이야기다. 그저 하나의 현상이라면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동시다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고부가가치 제품인 리튬이온(NMC, 삼원계) 배터리에 주력하던 국내 이차전지 제조사들에는 하나하나가 무시하기 어려운 소식들이다.

 

영국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금지를 기존 2030년에서 2035년으로 5년 늦췄다. 유럽연합(EU)도 2035년 이후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했는데, 합성 연료인 e-Fuel을 사용하는 자동차는 예외로 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최근 중국 LFP 배터리가 유럽 시장에서 성과를 올렸다는 뉴스도 그리 반갑지 않다. 

 

미국발 소식도 긍정적이진 않다. 3대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를 상대로 파업 중인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은 임금 인상과 함께 전기차 생산으로 인한 고용 불안의 해결까지 요구했다.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로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정책을 비판하고 있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파업 현장을 찾아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등 경쟁적으로 호응했다. 정치적인 행보일 수 있으나 양쪽 모두 같은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여기까지는 정책적인 속도 조절이나 장기적인 대처법을 마련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문제는 더욱 가까운 곳에 있다. 테슬라의 3분기 실적이나 LFP 배터리 탑재 차량의 약진이 그것이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는 차량 판매나 보급률 부분에서 상당부분 성과를 보였지만,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률 부분에서 지난해 동기보다 9.6p 떨어진 7.6%를 기록했다. 반토막 이상이다.

 

로이터가 금융정보업체 LSEG의 집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월가의 애널리스트 14명이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낮췄으며, 그 중간값이 260달러라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가 나간 시점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220달러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22.57달러(-9.3%) 하락한 상태다.

 

전기차 1위 기업의 부진은 마냥 무시하기 힘든 소식. 그런데 지난 9월 LFP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 모델Y가 4206대나 팔리면서 전체 수입차 중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커보인다. 아이오닉5·아이오닉6와 EV6·EV9 등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 대수를 모두 합친 것을 상회한 수치이다. 고성능 배터리를 탑재한 고급형 모델보다 보급형을 선호한다는 소비자들의 신호로 읽힌다. 현대차그룹도 LFP 배터리를 탑재한 경차 레이 EV 출시를 예고한 상황이다.

 

NMC과 LFP 배터리 경쟁은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내 이차전지 제조업체도 늘어난 LFP 배터리 수요에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즉각적인 대응이 힘들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자아낸다. 중국의 LFP 배터리 기술이 상당히 고도화돼 있고 가격 경쟁력 부분에서 상당한 난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가 50만 보급 시대를 열었지만, 지난해 보다 보급대수 자체는 완만히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에 대해 전기차 업계 관계자들도 전기차 구매층이 얼리어답터 성향의 고객에서 실용성을 중시하는 일반 구매자로 전환되면서 보급 촉진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일반 구매자들에게 LFP 배터리 탑재 전기차는 가성비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인다. 하지만 일련의 소식 모두 NMC 배터리 주력의 국내 업체에 긍정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다른 한편에선 LFP 배터리 탑재한 전기차의 보조금 조정이나 저온에 약한 특성 등을 들어 올해 겨울이 지나야 최종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NMC에 비해 국내에선 재활용이 힘든 부분도 해결할 과제 중 하나이다.

 

어떤 품목이나 제품이라도 경쟁을 피하긴 어렵다. 이차전지도 이러한 경쟁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마침 계절도 가을을 지나 겨울을 향하고 있다. 일련의 상황 속에서 국내 이차전지 제조업체들의 해법이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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