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스마트 AI 안경. [사진=메타] ](http://www.the-tech.co.kr/data/photos/20250940/art_17591212416281_41eb57.jpg?iqs=0.7094096674236179)
[더테크 이승수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활동이 일상화되면서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특히 스마트 글라스(Smart Glasses)는 증강현실(AR)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기기로,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화면을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실시간 번역, 시각 인식, 건강 모니터링, 엔터테인먼트까지 지원하며 개인 비서 역할에 가까워지고 있다.
VR 헤드셋이 몰입형 경험을 제공했지만 크기와 무게의 한계로 일상 사용이 어려웠던 것과 달리, 최신 AR 스마트 글라스는 경량화와 디자인을 강화해 이동성과 패션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메타(Meta)가 Ray-Ban, Oakley 등과 협업해 내놓은 모델은 메시지 확인, 길 안내, 실시간 번역 기능을 일상 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기술의 생활화’를 앞당기고 있다.
메타가 최근 공개한 스마트 글라스 제품군은 단순 알림이나 음성 제어에 머물렀던 기존 제품과 달리, AR 디스플레이 내장, 제스처 인식, AI 실시간 서비스 통합 등 고급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표 제품인 Ray-Ban Display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손목 밴드(Neural Band)를 통한 제스처 조작 기능을 탑재했다. 혼합 사용 기준 6시간 배터리 지속시간과 충전 케이스를 통한 추가 사용이 가능해 체감 사용성을 개선했다.
메타는 인스타그램, 메신저, WhatsApp, 지도 서비스 등 자사 플랫폼과의 연동을 강화해 콘텐츠 공유 경험을 매끄럽게 만들고 있다. Ray-Ban, Oakley와의 협업은 기술 중심 이미지를 넘어 패션 브랜드 경쟁력까지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장 성장세도 눈에 띈다. EssilorLuxottica는 2025년 상반기 스마트 글라스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2025년 약 510만 대가 출하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6년에는 1000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약 47%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 규모도 2024년 19억 달러에서 2030년 82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메타는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세분화하고 있다. Oakley Meta Vanguard는 스포츠·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한 499달러대 제품으로, 최대 9시간 배터리와 내구성을 갖췄다. Ray-Ban Display는 799달러 고급형으로, AR 디스플레이와 실시간 번역, 제스처 제어 등 첨단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나 가격 부담과 제한된 배터리 시간, 착용감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다. Ray-Ban Display는 67g 무게로 장시간 착용 시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스마트폰 의존성이 어느 정도인지가 소비자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지적된다.
메타 외에도 샤오미(Xiaomi), TCL-RayNeo 등 중국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26년 전 세계 출하량의 약 1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반응은 긍정과 우려가 공존한다. Ray-Ban Meta 시리즈는 2024년 100만 대 이상 판매됐으며, 2025년에는 200만 대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실시간 번역, 간판 인식, 알림 표시, 패션성 등 기능은 긍정적 평가를 받지만, 가격과 배터리 지속시간, 프라이버시 이슈는 불만 요소로 꼽힌다.
업계는 스마트 글라스 시장이 가능성 단계에서 본격적인 성장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경쟁력이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AI·플랫폼 서비스 통합 역량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이 인터뷰한 현지 스타트업 CEO는 “스마트 글라스 시장의 승자는 최고의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서비스를 매끄럽게 통합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스마트 글라스 산업의 성패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는 ‘서비스 생태계 구축 능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