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광유전학의 만남, 파킨슨병 정밀진단·치료 새 길 열다

KAIST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 연구팀

 

[더테크 이지영 기자]  파킨슨병은 오랫동안 난제였다. 떨림, 강직, 보행 장애 등 복합적인 증상이 있지만 발병 초기 포착이 어렵고, 기존 치료제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AI 행동 분석과 광유전학(optogenetics)을 융합해 이 난제를 정면으로 돌파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KAIST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 뇌인지과학과 김대수 교수, IBS(기초과학연구원) 이창준 단장 공동 연구팀은 22일, 파킨슨병 동물 모델에서 조기·정밀 진단과 맞춤형 치료 평가가 동시에 가능한 전임상 프레임을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AI 기반 ‘파킨슨 행동지수’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생쥐의 보행, 손발 움직임, 떨림 등 340여 가지 행동 신호를 3D 자세 추정 기술로 분석해 단일 지수로 통합했다. 이 지수는 발병 2주차부터 기존 검사보다 민감하게 질환 정도를 구분했으며, 손·발 비대칭, 보폭 변화, 흉부 고빈도 떨림이 주요 지표로 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비교 실험이다. 운동 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루게릭병(ALS) 모델에도 같은 분석을 적용했지만, 파킨슨 행동지수는 오직 파킨슨병에서만 높게 나타났다. 즉, 단순한 운동 저하가 아닌 파킨슨병 특유의 행동 패턴을 포착한 셈이다.

 

치료 영역에서는 뇌 신경세포를 빛으로 조절하는 ‘옵토렛(optoRET)’ 광유전학 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파킨슨병 모델에서 보행과 팔다리 움직임이 매끄러워지고 떨림 증상도 완화됐다. 특히 격일 주기 빛 자극에서 가장 큰 개선 효과와 도파민 신경세포 보호 경향이 관찰됐다.

 

허원도 석좌교수는 “AI 기반 행동 분석과 광유전학을 결합해 진단-치료평가-기전검증을 하나로 잇는 세계 최초 프레임을 구현했다”며 “향후 파킨슨병 정밀의료와 환자 맞춤형 치료제 개발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글로벌 특이점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IBS,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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