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지한 교수, 강신영 박사과정, 김영훈 박사과정. [사진=KAIST] ](http://www.the-tech.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3750609364_28367a.jpg?iqs=0.6690556134254183)
[더테크 이지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양자컴퓨팅을 활용해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차세대 다성분 다공성 물질(MTV) 설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맞춤형 신소재 개발의 새로운 길을 열며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큰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KAIST는 9일 생명화학공학과 김지한 교수 연구팀이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수백만 가지 MTV 설계 공간을 효율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MTV는 여러 종류의 유기 리간드(링커)와 금속 클러스터 등 ‘빌딩 블록’ 물질을 조합해 만드는 다공성 소재로, 구조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어 ‘분자 수준 레고 블록’으로 불린다. 가스 흡착·분리, 촉매, 센서, 에너지 저장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해 차세대 친환경 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구성 성분이 늘어날수록 가능한 조합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고전 컴퓨터로는 막대한 경우의 수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TV 구조를 ‘그래프(지도 위 연결망)’ 형태로 표현하고, 이를 양자컴퓨터의 큐비트에 매핑했다. 이후 ‘어떤 블록을 어떤 비율로 배치하면 가장 안정적인 구조가 되는가’라는 최적화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풀었다.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여러 경우를 겹쳐 계산할 수 있어, 수백만 가지 조합을 한 번에 탐색해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빠르게 찾아냈다.
실험 결과, 실제 보고된 4종의 MTV 구조를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과 IBM 양자컴퓨터 계산 모두 동일한 결과를 보여 이 방법의 실효성이 입증됐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기술을 머신러닝과 결합해 단순 구조 설계를 넘어 합성 가능성, 가스 흡착 성능, 전기화학적 특성까지 고려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김지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다성분 다공성 소재 설계의 병목을 양자컴퓨팅으로 해결한 첫 사례”며, “탄소 포집·분리, 선택적 촉매 반응, 이온전도성 전해질 등 정밀 조성이 핵심인 분야에서 맞춤형 소재 설계로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