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오펜하이머 ‘할리우드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

[더테크View] AI 기술을 두고 작가와 배우 단체의 파업으로 멈춰 선 할리우드
기술 발전 속도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은 필연적, 합의점 찾아야

‘더테크 View’는 더테크 기자들의 시각이 반영된 칼럼입니다. 각종 테크 이슈, 그리고 취재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과 생각들을 '색깔있는 관점'으로 풀어냅니다.

 

 

[더테크=조재호 기자] 올여름 할리우드 기대작 중 하나인 ‘오펜하이머’의 런던 시사회에서 주연 배우들이 사라졌다. 무슨 일일까. 인공지능(AI) 기술이 배우와 대본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가 이렇게 멈춰 섰다.

 

지난 5월 미국 작가조합(WGA)의 파업에 미국 배우조합(SAG)이 합류했다. 두 단체의 동반 파업은 1960년 이후 63년만에 일이다. 이들이 영화·TV 제작자연맹(AMPTP)과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OTT를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 구조의 변화도 있겠지만, 핵심은 AI 기술이다.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집필실의 작가들이 수개월에서 수년씩 걸려 집필한 대본이 순식간에 ‘생성’된다. 그리고 검수를 거쳐 그럴듯하게 마감된다. 기존 작가의 대본을 각색하는 등 작가 고유의 영역을 침해할 가능성이 커졌다.

 

배우의 모습과 목소리도 AI 딥페이크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달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5’의 주인공인 해리슨 포드는 80대 노인이지만 스크린 속 존스는 40대 젊은 시절의 모습이다.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대본과 배우들이 AI 기술 속 하나의 데이터로 변환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엮은 콘텐츠가 유통되면서 다양한 가치를 창출한다. 하지만 생산자인 작가와 배우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다소 의문이 남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AI 기술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콘텐츠에서 생산자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특성상 원본을 더욱 작은 데이터 단위로 만들어 조합할 것이기 때문이다. 명망 높은 작가나 주연 배우, 감독 등 일부를 제외하면 자동화된 공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잊혀질 가능성이 높다.

 

과도한 우려일 수 있지만, AI가 특별 대우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빠른 발전 속도에 있다.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 사회적인 대화와 함께 체계가 세워지고 사람들이 적응할 때까지 다양한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자.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물리학자 이름이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진행한 핵무기 개발 계획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인류 역사에서 유례없는 파괴력을 보여준 핵무기의 개발기간은 길게 잡아도 5년 가량. AI보다 빠른 속도로 개발됐다. 파업과 영화 사이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어쩌면 AI 기술의 진보는 가상공간에서 진행된 맨해튼 프로젝트처럼 보인다. 핵무기 개발처럼 빠르고 파괴적인 혁신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 기술의 변곡점에서 AI와 창작자 그리고 자본의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