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그라운드'는 좋았지만 '플레이'는 글쎄

강남 중심에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강남’
최신 디바이스와 '애니콜' 감성이 공존

 

[더테크=전수연 기자] 주변 친구들에게 ‘갤럭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었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진 않았다. '디자인보다는 실용적인 면을 추구하는 느낌' '30대 이상이 쓸 것 같다' '특유의 감성이 없는 것 같다' 등 ‘젊은’ 느낌하곤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많았다. 참고로 기자의 나이는 20대 중반이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여전히 갤럭시는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브랜드다. 글로벌 폴더블 폰 시장의 강자다. 문제는 기자에게 다가오는 '감성'이 덜 느껴진다는 것 뿐.

 

이런 생각을 하는 기자 또래의 소비자들을 의식한 것일까. 삼성전자는 지난달 '유행의 중심' 강남 상권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누구나 제품을 경험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한다는 '플레이 그라운드' 콘셉트를 내세웠다. 

 

(관련기사: 강남에 뜬 삼성의 체험형 스토어...'삼성 강남' 29일 오픈)

 

 

강남 삼성의 1층에 들어서자, 갤럭시 제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건 귀여운 허그베어 조형물.  버려진 어망과 생수통을 활용해 제작했다고 한다. 폐휴대전화를 기부받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된 수거함도 볼 수 있었다. 

 

 

'인형을 보러 온 것이 아니야.' 마음을 다잡고 진열된 디바이스에 다가갔다. 현장에서 만난 직원은 틱톡과 유튜브 쇼츠 등 숏폼 콘텐츠를 체험해 보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시크한' 성격의 본 기자는 직접 숏폼영상을 찍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젊은’ 이미지를 추구하려는 삼성전자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봤다. 갤럭시의 '아버지'격인 애니콜 브랜드의 휴대폰들이 종류별로 전시돼 있었다. 플립폰과 폴더폰, 그리고 추억의 '가로본능 폰'까지. 삼성전자의 휴대폰 역사관을 방문하는 기분이었다. 기자의 첫 휴대폰도 애니콜이었기에 그 시절 '소녀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본 기자는 '시크'하다. 

 

 

추억여행은 잠깐일 뿐, 2020년대로 정신을 다잡은 기자의 눈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핫한 각종 브랜드와의 콜라보 케이스가 보였다. 모름지기 Z세대라면 케이스 하나도 남달라야 하는 법.  이들에게 재미요소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자는 '시크'하지만 체력은 약하다. 계속되는 체험에 조금은 지쳐갈 즈음 은은한 커피향이 정신줄을 잡았다. 관람객들이 잠시 앉아 쉴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마련돼 있었던 것. 하지만 커피에 까다로운 본 기자는 향기만 즐겼다. 하지만 'IT'로 가득한 공간에서 커피한잔의 여유를 느껴보는 것도 나쁘진 않아보였다.  

 

 

3층에는 범상치 않은 체험 공간이 있었다. '비스포크 홈메타 존'이 그것이었다. 직원은 “예를 들어 30평대 맞벌이 부부 설정 등 인테리어를 가상으로 설정해 바꿀 수 있다”며 “직접 VR로 체험해 보면서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R기기를 착용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꾸며진 집안을 둘러보면서, 가상 공간에 ‘과몰입’할 무렵 아쉽게도 체험이 끝났다. 가전제품 하면 떠오르는 약간은 딱딱한 이미지들이 여러 체험을 통해 친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4층. ‘플레이 그라운드’답게 다양한 체험 부스가 존재했다. 우선 데스크탑, 태블릿, 스마트폰 중 하나를 선택해 카트라이더 게임을 진행하고 순위권 안에 들면 선물을 주는 체험을 해봤다.

 

운전면허는 없지만 게임세상에서는 꽤 잘나가는 레이서라고 자부했는데 생각보다 점수는 나오지 않아 속상했다. 최근 유행하는 ‘인생네컷’과 비슷한 포토존도 마련돼 있었다. 시크한 성격이지만 사진을 몇장 찍어 봤다. 사진은 잘나왔지만 공개는 하지 않는다. 

 

 

초대형 디스플레이 ‘더 월’ 존에는 내 모습을 바로 AI로 만들 수 있는 체험이 있었다. 최근 버추얼 프로덕션(VP) 관련 기사를 통해 '더 월'의 존재는 이미 알고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압도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벽면 전체가 전부 디스플레이어서 그럴까. 묘하게 집중하게 됐다. 그리고 체험이 끝났다. 

 

삼성 강남의 이곳 저곳, 충분히 인상깊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갤럭시 브랜드, 혹은 삼성전자 제품에 대해 느껴왔던 이미지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마케팅을 위한 상당수의 팝업스토어, 혹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나섰을 때 느꼈듯,  재방문 의사도 그리 크진 않았다. 

 

삼성 강남의 정체성은 '플레이 그라운드'라고 했다. 젊은 세대의 시선을 잡기위한 뚜렷한 지향점과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스토어 입구에서 부터 좀 더 다양한 체험존을 마련했으면 어땠을까. 입장하면서 느낀 기분이 여느 '삼성 디지털 프라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다. 

 

다만, 이미지 변신을 위한 시도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트렌드에 민감한 Z세대들이 하루아침에 취향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르다면 그건 '밥'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앞으로도 다양한 색깔과 맛의 밥들을 Z세대들에게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삼성 강남이 그 '첫술'이 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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