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반 세계 최초 ‘티오아마이드 변환’ 원리 규명

KAIST 이승희 석좌교수 연구팀
원자 하나로 펩타이드 구조 제어

 

[더테크 이지영 기자]  신약이 제 기능을 하려면 약물이 인체 내 단백질의 특정 부위에 정확히 결합해야 한다. KAIST 연구진이 단백질의 기본 단위인 펩타이드 분자의 접힘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원자 하나를 바꾸는 미세한 변환이 분자의 형태를 설계 스위치처럼 바꾼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AI 기반 맞춤형 신약 설계의 핵심 플랫폼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KAIST는 이노코어 AI-CRED 혁신신약 연구단이 출범 후 첫 연구 성과로, 펩타이드 결합 내 산소(O)를 황(S)으로 치환하는 ‘티오아마이드 변환’ 기술을 통해 분자의 접힘 방식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원리를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티오아마이드는 기존 C(=O)–NH 구조에서 산소를 황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단 한 개의 원자 치환만으로도 분자의 구조적 성질이 크게 달라진다.

 

생체분자가 특정 기능을 수행하려면 접힘 과정에서 안정적인 3차원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고리 형태의 ‘매크로사이클’ 구조는 정밀 신약 설계에서 약물 표적 결합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연구팀은 티오아마이드 변환이 수소결합의 길이와 방향을 바꾸며 새로운 곡선형·원뿔형 나선 구조와 대칭성이 높은 매크로사이클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복잡한 분자 접힘을 원자 한 개로 제어한 첫 사례다.

 

 

이번 연구로 티오아마이드 변환이 펩타이드의 용해도를 높이고, 구조의 가역성 및 확장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효과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용해도 개선을 기반으로 세계 최장 수준인 32-mer(약 4 kDa) β-펩타이드를 용액상에서 합성하는 데 성공했으며, 은 이온을 활용해 황을 다시 산소로 되돌리는 ‘가역적 분자 편집 기술’도 확립했다. 이는 신약 후보물질을 설계 단계에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전망이다.

 

이번 성과는 AI 기반 신약 설계에도 결정적 의미를 갖는다. 연구팀이 확보한 고정밀 분자 구조 데이터는 AI가 분자 구조와 약물 효능 간의 상관성을 학습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어, 신약 후보 발굴 속도와 정확도 향상이 기대된다. 더불어 단백질–펩타이드 상호작용 조절제, 자기조립 나노구조체, 차세대 바이오소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가능한 플랫폼 기술로도 평가된다.

 

이희승 KAIST 석좌교수는 “간단한 화학적 변환만으로 분자의 형태를 정밀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라며 “AI가 학습하기 적합한 정밀 구조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미래 혁신 신약 설계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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