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공급망 전쟁 속 실리콘 음극재 부상…한국 소재사 새 기회 잡나”

전 세계 전기차 음극재 수요 37% 급증
중국 94% 점유율로 시장 장악

 

[더테크 서명수 기자]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음극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25년 1~9월 기준 전 세계 전기차(EV, PHEV, HEV) 시장에서 사용된 음극재 총 적재량은 95만8천 톤(958K ton)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을 제외한 시장도 36만3천 톤(363K ton)으로 30.9% 늘어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12일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시장점유율에서 중국 업체들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샨산(22만1천 톤)과 BTR(16만8천 톤)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두 기업은 CATL, BYD,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에 공급망을 구축하며 대규모 생산 능력과 고객 네트워크를 동시에 확보한 것이 강점이다. 이어 카이진(10만2천 톤), 상타이(10만1천 톤), 신줌(7만5천 톤), 지첸(7만 톤) 등이 뒤를 이으며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 기업이 전체의 94% 이상을 점유하며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대규모 생산 설비 확충과 기술 고도화를 통해 글로벌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으며, 전기차 확산과 함께 실리콘 복합 음극재(Si-Anode)의 채택이 확대되면서 주요 배터리 셀 제조사와의 협력도 강화되는 추세다.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약 3.3%로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포스코퓨처엠과 대주전자재료를 중심으로 글로벌 셀 메이커와의 협업을 확대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점유율은 2.6%로 존재감이 미미한 편이며, 히타치·미쓰비시 등은 기존 고객 기반에 의존하는 보수적 전략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년 음극재 시장은 공급망 재편과 기술 전환이 맞물리며 구조적 변곡점에 들어섰다. 특히 미국이 중국산 인조흑연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예비 판정하면서 북미·유럽에서는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노르웨이의 비아노드, 캐나다의 노던그래파이트 등은 현지 합성흑연 생산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다.

 

반면 중국 정부는 11월부터 인조흑연 수출 통제를 시행해 시장 지배력 유지를 강화하고 있어, 지정학적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실리콘 복합 음극재는 차세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글로벌 투자와 상용화 경쟁이 빠르게 가속화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음극재 시장의 주도권이 단순한 생산량 경쟁이 아닌, 관세·수출 규제 등 외부 리스크를 기술 혁신과 공급망 자립으로 얼마나 전환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 소재 기업들이 이 격변기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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