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 서명수 기자] 전세계 유니콘 기업 1,276개 가운데 56%가 미국에서 탄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유니콘 3곳 중 1곳은 AI·IT 솔루션 기업이지만 한국은 여전히 소비재·유통 업종에 편중돼 글로벌 기술 경쟁과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일 CB Insights의 글로벌 유니콘 기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 정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올해 10월 기준 전세계 유니콘은 1,276개이며, 이 가운데 미국 기업이 717개(56.2%)로 절반을 넘었다. 코로나19 이후 4년간 미국 유니콘이 229개 늘어나 전체 증가분의 72%를 차지한 반면, 한국은 2개 증가에 그치는 등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이 19개 감소한 점을 제외하면 주요국 중 가장 부진한 흐름이다.
대한상의는 한국의 낮은 성과 배경에 대해 “신산업 진입을 제약하는 포지티브 규제,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가 늘어나는 성장 페널티, 제한된 내수시장과 글로벌 자본 유치 부족”을 복합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면 이스라엘과 싱가포르는 정부의 적극적 정책자금 투입과 안정적 인재 공급을 기반으로 투자자가 모이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며 ‘유니콘 우등국’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벤처투자 위축의 직격탄을 맞으며 유일하게 유니콘 수가 감소했다.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중국의 벤처투자 규모는 2021년 955억 달러에서 올해 332억 달러로 3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최근 유니콘에 새롭게 등재된 기업 12개 중 10개는 미국 기업이었다. 법률기술 기업 파일바인, AI 컨설팅 기업 디스틸AI가 대표적이며, 나머지 2개는 영국의 타이드와 낫싱이었다. 한국에서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Rebellions)이 지난 7월 가장 최근에 유니콘에 합류했다.
기업 성장 속도에서도 한국은 글로벌 경쟁국과 격차를 보였다. 유니콘까지 성장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한국이 평균 8.99년으로, 주요 10개국 평균(6.97년)보다 2년 이상 더 길다. 중국(6.27년), 미국(6.70년), 이스라엘(6.89년) 모두 6년대에 진입했다. 오픈AI(3.62년), 엔트로픽(2.02년), 퍼블렉시티(1.72년), xAI(1.22년)와 같은 LLM 기반 기업이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것과 대비된다. 한국에서는 메가존클라우드가 4.12년 만에 유니콘 지위를 확보해 가장 빠른 성장 사례로 꼽혔다.
업종별 분포 역시 차이가 컸다. 유니콘 상위 10개국은 AI·IT 솔루션 기업 비중이 36.3%로 가장 높았지만 한국은 소비재·유통 업종이 46.1%에 달해 기술 중심 스타트업 육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한상의는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혁신거점 도시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 내 유니콘 717개 중 325개(45.3%)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 집중돼 있으며, 활발한 산학 협력과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글로벌 인재 네트워크가 선순환을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도 규제를 최소화한 ‘메가 샌드박스’를 도입해 기업들이 새로운 시도를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투자 측면에서는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 사례가 주목받는다. 정부가 초기 앵커 투자자로 나서 민간·해외 VC 참여를 끌어내고,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 집중 투자한 뒤 일정 시점에 민간에 지분을 매각해 생태계를 자립화한 모델이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유니콘 배출 둔화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활력 저하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며 “규제 혁신과 자본 유입을 가능한 방식으로 구조적으로 바꿔 유니콘 육성 생태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