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생성형 AI 경쟁 2라운드 ‘기업용 AI 시장’

[엔터프라이즈 LLM 경쟁①] 생성형 AI, 이제는 기업용 AI 시장에 집중
AI 빅테크들 활발히 기업용 LLM 시장에 진출

 

[더테크=조재호 기자] 기업용 LLM(Large Language Model, 거대언어모델) 시장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차세대 전장으로 꼽힌다. 글로벌 AI 업계가 올해 하반기 들어 B2C보다 B2B 영역에 집중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용 LLM 모델 구축에 대한 컨퍼런스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챗GPT 열풍과 함께 생성형 AI라는 단어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그후 10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빅테크와 스타트업을 막론하고 국내외 많은 기업이 관련 기술을 선보였고 서비스를 속속 개발 중이다.

 

지난 8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2023년 이머징 기술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for Emerging Technologies)’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기대감이 정점에 달한 상태에서 2~5년 내 혁신적인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생성형 AI를 보다 넓은 범위의 이머전트(Emergent) AI에 포함된 요소로 보면서 새로운 혁신 기회를 제공하는 핵심 트렌드로 꼽았다. 아울러 AI 기술의 인기는 기업과 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시 말하면 기업들의 ‘AI 전환’이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고 볼 수 있다. 많은 국내외 기업이 AI 도입을 검토하는 가운데 관련 시장은 초기 수요 형성 단계에 들어섰다. 기업용 AI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업체들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특히, 클라우드가 AI 구현의 장이자 지원 플랫폼의 성격을 띠면서 생성형 AI와 그 기반인 LLM 모델 경쟁이 빅테크 기업 전반으로 확대됐다. 클라우드 시장의 점유율 경쟁에서도 AI는 하나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픈AI와 MS의 '따로 또 같이'

 

가장 먼저 언급할 수 있는 기업은 챗GPT를 만들어낸 오픈AI다. 지난 8월 28일(현지시각)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공개했다. 오픈AI는 기업용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기존 챗GPT보다 기업 데이터 보안에 집중했다. 그동안 기업들이 AI 서비스를 도입을 주저했던 이유로 데이터 보안을 꼽았기 때문이다.

 

챗GPT 엔터프라이즈는 GPT-4 기반의 멀티모달 시스템을 탑재했다. 오픈AI는 모델 교육에 고객사의 프롬프트와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직원들을 관리할 수 있는 관리자 콘솔과 도메인 인증, 사용량 통계 및 분석 시각화 기능 등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3월 자사 오피스 플랫폼 전반에 GPT-4 기반의 AI 기술을 적용한 ‘MS 365 Copilot’을 발표했다. 앞선 2월 자사의 검색엔진 빙(Bing)에 생성형 AI를 탑재하면서 MS-오픈AI 연합으로 생성형 AI 시장을 주도했다. 이후 MS는 얼리 액세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고객사의 검증을 진행했다.

 

MS가 본격적으로 엔터프라이즈 제품을 출시일을 확정한 것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 행사 ‘MS 서피스’였다. 엔터프라이즈용 MS 365 코파일럿이 11월 1일 출시와 함께 AI 어시스턴스인 MS 365 챗을 제공해 새로운 업무 방식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윈도우 11과 인터넷 브라우저인 에지(Edge) 등에 AI 기능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트랜스포머의 고향' 구글과 '클라우드의 최강자' AWS, 그리고 메타

 

'MS-오픈 AI' 연합전선의 대항마로 꼽히는 구글은 챗GPT 쇼크 이전까지 AI 분야의 선두주자였다. 과거 알파고 신드롬이나 현재 생성형 AI 모델의 기반을 닦은 트랜스포머 모델도 구글의 작품이다.

 

구글의 기업용 LLM 시장 전략은 지난달 2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3’에서 공개됐다. 지난 5월 공개한 머신러닝 도구 제공 서비스인 ‘버텍스 AI(Vertex AI)’의 확장을 통해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거나 이를 미세조정해 자체 AI 모델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구글 클라우드에서 엔비디아의 AI칩 H100과 구글의 가상머신 A3를 결합한 인프라 제공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아울러 다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구글의 새로운 LLM ‘제미니(Gemini)’의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미니는 오픈AI의 GPT-4보다 큰 매개변수를 지녀 가장 큰 규모의 LLM이 될 것으로 관측되는 모델이다.

 

AI의 유행 이전 클라우드의 시장의 절대 강자는 아마존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s, AWS)였다. 현재까지도 B2B 영역에서 AWS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며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32%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MS와 구글의 점유율을 합친 수치와 비슷하다.

 

AWS는 클라우드 영역에서 점유율 우위를 기반으로 4월부터 기업형 LLM 서비스 도입을 발표했다. 베드록(Bedrock)이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AWS의 LLM인 ‘타이탄’과 함께 AI 스타트업의 모델을 탑재했다.

 

이와 관련 AWS는 지난 6월 1억달러(1350억원)를 투자해 ‘생성형 AI 혁신 센터’를 도입해 자사 기술을 활용한 생성형 AI 앱 개발을 돕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7월에는 AWS 서밋 뉴욕을 통해 베드록 업데이트 소식을 전했다. 다만 베드록의 공식 버전 출시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AWS는 LLM 모델 기술 경쟁보다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수성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사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해 고객사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LLM 모델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 추가와 함께 신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클라우드 보급 자체에 신경을 쓴 움직임이 감지된다.

 

 

메타의 LLM 전략은 앞서 언급한 빅테크 기업들과 살짝 결이 달라보인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없는 소셜 서비스 기반의 기업이기 때문. 메타의 LLM인 라마(LLaMa)도 2월 발표 이후 오픈소스로 공개했으며, 매개변수를 세분화한 것도 메타가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올해 2분기를 뜨겁게 달궜던 sLLM인 알파카나 비쿠나 같은 파생 모델로 AI 연구 생태계를 구축했다.

 

메타는 지난 7월 라마의 후속 버전 라마2를 공개했는데 상업적 용도로도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B2B 영역에선 MS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어 9월 '메타 커넥트 2023'을 통해 AI 기능 및 서비스 출시를 알렸다.

 

메타의 경우, 비즈니스 측면으로 LLM을 활용하기보다 오픈소스로 공개한 LLM의 고도화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라마2의 경우 다른업체의 LLM보다 다국어 지원이나 이미지 인식 측면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자사 비즈니스 영역인 SNS에 AI 기능을 추가하면서 B2B보다 B2C에 주력한 모습이다.

 

보안과 안전성이 무기, '전통의 데이터 기업' 오라클과 IBM

 

전통의 IT 강자인 오라클과 IBM의 B2B LLM 접근법도 눈여겨볼만 하다. 두 기업 모두 데이터 관리와 보안 관련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고객사의 편의를 강조한 AI서비스를 내놓았다는 점이 재미있다. 

 

오라클은 데이터 관리와 함께 퍼블릭 클라우드를 강조했다. 지난달 19일 ‘오라클 클라우드 월드 2023’에서 코히어와 손잡고 오라클 클라우드 인스트럭쳐(Oracle Cloud Infrastructure)에서 AI 서비스를 출시했다. 코히어는 오픈AI의 대항마로 꼽히는 캐나다의 AI 기업이다. 오라클의 생성형 AI 서비스에는 프롬프트, 요약, 임베드 모델이 포함됐다.

 

지난 2011년 왓슨을 선보였던 IBM은 최근 왓슨x를 공개했다.기존의 기술력을 고도화해 다시 꺼내든 셈. 왓슨x플랫폼은 ‘데이터’ 기반으로 한 ‘AI 모델’과 ‘관리·운영’까지 총 세가지 솔루션으로 구성됐다.

 

 

지난 19일 IBM은 ‘테크 서밋 서울 2023’을 진행하면서 엔터프라이즈 AI 전략과 접근법을 공개했는데, 기술력보다 서비스 도입과 활용에 방점을 찍었다. 최석재 한국IBM 상무는 “IBM은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안전한 AI, 도메인 날리지 기반의 전문적인 AI, 다양한 고객 사례를 통해 기업 친화적인 AI를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는 입장이다.

 

'뜬금없는' 테슬라와 '정중동' 애플 그리고 중국의 LLM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와 팀 쿡의 애플은 엔터프라이즈형 LLM과 다소 거리가 있는 기업들이다. 다만, 두 기업의 중량감을 감안하면 LLM에 대한 투자는 지나치기 힘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는 지난 3월 x.AI라는 기업을 등록했고 7월에 공식 출범을 알렸다. x.AI 홈페이지에 등록된 인원들의 면면도 화려한데 알파고로 잘 알려진 구글 딥마인드와 오픈AI, 구글리서치, MS, 테슬라, 토론토대학교 등 AI분야의 12명의 전문가가 합류했다. 아울러 테슬라는 슈퍼컴퓨터 ‘도조’를 발표하면서 하드웨어 산업의 이목을 끌었다.

 

애플은 공식적으로 AI 관련 언급이 없는 기업이다. 하지만 일부 외신에선 이른바 '애플GPT' 관련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애플GPT는 현재 회사 내부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내년에 공개될 예정이라는 '설'이다.

 

자체적인 생태계만으로도 충분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할 수 있는 애플인 만큼 소비자를 만족시킬 만한 퀄리티의 LLM이 기대되지만 기업용 LLM 시장 진출은 아직 '글쎄'다.

 

미국과 함께 글로벌 AI기술의 강자로 꼽히는 중국도 LL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하면서 모델 학습용 GPU 수급이나 기업용 LLM 관련 시장은 다소 어둡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중국의 거대한 인구규모를 감안하면 내수 시장에서 만으로도 기업용 LLM 비즈니스를 충분히 전개할 수 있을 만큼 저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 현재 기업용 LLM으로는 텐센트의 ‘훈위완’과 화웨이의 ‘판구’, 알리바바의 ‘통이 완시앙’, 바이두의 ‘웬신’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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