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연구진이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AI 기반의 발화 및 뇌파 분석 기술'을 활용해 경도인지장애 선별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KERI] ](http://www.the-tech.co.kr/data/photos/20250940/art_17591039335781_2191a1.jpg?iqs=0.6051761967098933)
[더테크 이지영 기자] 한국전기연구원(KERI) 청각인지뇌기능진단연구팀 박영진 박사팀이 웨어러블 기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85% 정확도로 선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노년층 90명을 대상으로 실증을 완료했으며, 국내외 특허도 출원했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저하됐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로,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와 관리가 이뤄지면 치매 환자 수와 유병률을 줄일 수 있어 국가 재정과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하지만 현재 검사 방식은 치매안심센터 방문 후 지필·문답 검사에 의존해 접근성과 신뢰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이어폰 형태의 넥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한 뒤, 발화를 유도하는 문제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검사한다. 검사 과정은 음성·일상 질의응답·이야기 말하기·절차 설명·청각 자극 퀴즈 등 다섯 가지 과업으로 구성되며, 수집된 발화와 뇌파 데이터는 실시간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이후 멀티모달 AI가 이를 분석해 경도인지장애 고위험군 여부를 판별한다.
공동 연구팀은 한국 노년층의 음성과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학습시켰다. 발음 불명확, 사투리, 난청 등 노년층 특성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확도 97% 이상의 음성 인식기를 개발했고, 발화 분석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뇌파 측정 결과로 보완해 신뢰도를 높였다.
이 기술은 서울강서구치매안심센터, 안산상록구노인복지관, 서울대 청각평형교육센터 등에서 경도인지장애 환자 25명과 정상인 65명 등 총 90명을 대상으로 실증됐다. 민감도는 72%, 특이도는 90.8%였으며, 이를 종합한 선별 정확도는 85%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반복 검사가 가능하며, 평균 15문항 정도의 응답만으로도 선별이 가능해 일상 속 조기 진단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발된 플랫폼은 복지시설, 보건소, 공공기관 등 노년층이 자주 이용하는 생활 공간에 설치될 수 있어 접근성이 높고 사회적 파급 효과도 크다.
박영진 박사는 “65세 이상 정상인의 연간 치매 진행률은 1~2% 수준이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매년 10~15%가 치매로 발전해 6년간 추적 시 최대 80%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곧 발표될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는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경도인지장애 선별 및 적극 치료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지역사회 복지관과 치매안심센터 등과 협력해 진단 대상 확대, AI 분석 데이터 축적과 고도화, 지자체 연계 치료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치매 유병률을 낮추고 국가 보건 전략 수립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