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모식도(삼환형에서 오환형 플라빈 분자 변경과정). [사진=KAIST] ](http://www.the-tech.co.kr/data/photos/20250417/art_17453678264898_169c60.png)
[더테크 이지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눈에 보이지 않고 빛을 내는 새로운 플라빈 분자를 개발했다.
KAIST 화학과 백윤정 교수 연구팀은 근적외선 파장에서 발광이 가능한 5개의 고리 구조를 가진 새로운 오환형 플라빈 분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백윤정 교수 연구팀은 전통적으로 세 개의 고리를 갖는 플라빈 구조에서 플라빈의 핵심 구조를 5개의 고리로 확장하고, 여기에 산소 및 황 등 이종 원자를 정교하게 도입함으로써 분자의 전자 구조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새로운 합성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분자는 적외선에 가까운 짙은 붉은색 및 근적외선 영역의 빛을 낼 수 있어, 기존 플라빈 색소가 낼 수 있었던 색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결과, 황이 포함된 구조체는 772 nm에 달하는 근적외선 영역에서 발광하며, 지금까지 보고된 플라빈 유도체 중 가장 긴 파장이다. 또한 이 분자는 기존의 플라빈에서 드물게 관찰되던 준가역적인 산화 특성을 나타내어 전기화학적 기능성까지 동시에 갖춘 다기능성 분자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분자의 구조를 미세하게 조절함으로써, 빛을 어떻게 흡수하고 방출할지를 원하는 대로 설계할 수 있게 되었고, 전기 신호를 전달하거나 변환하는 능력 또한 함께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플라빈의 한계를 뛰어넘어 빛의 파장을 바꿈으로서 활용 기술과 응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예를 들어, 근적외선(NIR) 같은 긴 파장의 빛을 통해 몸 속 더 깊이 정확하게 진단·치료하게 하며, 오염이나 독성물질이 특정 빛에 반응하도록 설계도 가능하며, 긴 파장의 빛을 흡수해서 친환경 에너지로 만들게 하는 등 발광 파장과 전자 특성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했다.
백윤정 교수는 “플라빈의 빛 파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상황에 맞게 빛을 자유롭게 설계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앞으로 우리 손으로 원하는 색과 성질을 가진 분자를 정밀하게 디자인하고 만들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는 의료, 환경, 에너지 등 빛 기반 기술이 적용되는 수많은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