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기업들, 차량용 반도체 100조 시대 맞아 미래차 기술로 승부수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장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 급증…안전성 중요해 진입장벽 높아
반도체 설계, 제조, 신뢰성 시험 등 각 분야에서 산업 생태계 활성화 주력

 

[더테크 뉴스] 고성능 반도체가 다수 탑재되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이 확대됨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25년 약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넘치는 수요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반도체의 성능과 안정성이 탑승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제조와 품질 관리가 까다롭고, 일반 산업용 반도체에 비해 요구되는 수준이 높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일반 내연기관차 대비 필요한 반도체 수가 약 10배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경쟁력을 키우고 기술 자립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차량용 반도체 성능평가 인증 지원사업’에 3년간 250억 원을 투입키로 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국내 소부장 기업들 역시 반도체 제조, 설계, 신뢰성 평가 등의 여러 전문 영역에서 기술력 고도화에 힘쓰며 차량용 반도체 산업 생태계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큐알티, AEC-Q100 국가공인시험기관 지정…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 나서

 

큐알티는 반도체 검증을 위한 신뢰성 시험과 종합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기업이다. 2009년 국내 최초로 차량용 반도체 신뢰성 표준 ‘AEC-Q100’의 국가공인시험기관으로 지정된 후, 국내외에서 차량용 반도체 평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AEC-Q100은 차량용 반도체 신뢰성의 표준 규격으로 이를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가속 스트레스 시험 ▲가속 수명 시험(High Temperature Operating Life Test, HTOL) ▲전기적 특성 시험 등 각 테스트 군에 따른 20여 개의 평가 항목을 통과해야 한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일반 산업용 반도체와 비교했을 때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테스트 항목이 훨씬 많은데, 큐알티의 경우 가속화된 스트레스 환경 평가에 적합한 모든 장비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정밀하면서도 체계적인 평가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차량용 반도체 제품 개발부터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Turn Around Time, TAT)이 대폭 단축돼 생산 효율성도 크게 개선됐다.

 

최근 중국 우시에서 AEC-Q100 서비스를 신규 실시하며, 중국 전역으로의 사업 확대 계획을 밝힌 큐알티는 향후 기술력 고도화에 힘쓰며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이에이, 세계 10위권 전력용 반도체 점유율 확보

 

멀티미디어 칩 전문업체로 시작한 아이에이는 전력모듈과 전력반도체를 아우르는 전장용 반도체 기업이다. 전력반도체 자회사 트리노테크놀로지, 전력반도체 모듈 자회사 아이에이 파워트론 등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솔루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전 세계 10위권의 전력용 반도체(IGBT)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주력 상품은 ‘자동차의 CPU’ 역할을 하는 IGBT다. IGBT는 전기자동차에서 전력 손실을 줄이는 전력반도체의 일종이다. 전력을 장치에 맞게 변환·분배·제어·관리하는 핵심 반도체소자로, 전기자동차의 주행 성능과 전력 효율을 결정짓는다.

 

아이에이는 국내 중소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자동차용 전력모듈을 양산·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자회사인 아이에이파워트론은 EPS(자동차 전자제어식 파워 스티어링)용 전력모듈을 누적 900만 대 이상 양산했다. EPS는 운전자의 핸들 방향을 조작할 때 힘을 덜 들게 하는 장치로, 차량 운전자의 핸들 방향을 전기적 신호로 변환하고 모터를 구동시켜 차량 방향을 제어한다. 아이에이는 EPS에서 모터 구동용 전류를 제어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전력모듈을 생산해 현대기아차에 납품 중이다.

 

현재 아이에이는 20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도 동작 가능한 SiC 기반 전력반도체 소자를 국산화,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iC는 제품 손상 없이 버틸 수 있는 전압의 정도가 기존 실리콘 대비 10배 이상 우수하다. 

 

텔레칩스, ADAS용 AI 반도체로 성장동력 확보

 

텔레칩스는 1999년에 설립된 차량용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이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사업이 핵심으로 매출 90% 이상을 차지한다. 발신자 번호 표시 서비스, MP3 칩셋부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을 지원하는 차량용 AP, 방송용 셋톱박스 칩에 대한 시스템 반도체 설계 기술력 등을 보유하고 있다. 텔레칩스가 국책과제로 개발 중인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용 인공지능(AI) 반도체는 레이더와 카메라 기술을 결합한 결과물이다.

 

텔레칩스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돌핀플러스, 돌핀3 등 차량용 반도체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완성차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LX그룹 반도체 팹리스 계열사 LX세미콘은 올해 텔레칩스 지분을 사들이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LX세미콘이 텔레칩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시스템 온 칩(SoC)과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사업 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성디에스, 차량용 반도체 리드프레임 수요 증가 따라 생산 확대

 

해성디에스는 반도체 칩을 올려 부착하는 금속기판인 리드프레임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리드프레임은 반도체 칩과 외부회로를 연결하는 전선(Lead) 역할과 반도체 패키지를 전자회로기판에 고정시켜주는 버팀대(Frame)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핵심재료다.

 

해성디에스는 지난 7월 3500억 원을 투입해 경남 창원사업장을 증설, 리드프레임과 패키지 기판의 제조 시설의 규모를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구형 반도체 부품으로 취급되던 리드프레임이 차량용 반도체에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증가한 까닭이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내구성이 좋은 리드프레임 기반의 패키지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는 추세로, 해성디에스는 리드프레임을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기업에 납품하며 시장 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해성디에스는 창원사업장 내 주차장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해 오는 2026년까지 반도체 패키징 부품인 리드프레임과 패키지기판 제조시설을 기존 8만 6576㎡ 규모에서 약 15만 7200㎡ 규모로 대폭 확장할 예정이다.

 

넥스트칩, 차량용 영상인식 반도체 기술로 자율주행 산업 공략

 

넥스트칩은 자율주행을 위한 영상인식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2019년 자동차 블랙박스 제조 기업 앤씨앤의 자동차 전장사업부가 분할해 설립됐다.

 

차량용 카메라에 쓰이는 이미지 시그널 프로세서(Image Signal Processor, ISP) 제품은 넥스트칩이 주력해 온 분야로, 최근 차량용 카메라와 고해상도 영상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긍정적인 전망을 보이고 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고해상도 영상을 전송하는 기술(Analog High Definition, AHD)을 비롯해 넥스트칩에서 특허 출원 및 등록한 기술만 69건에 이른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차량용 배터리관리칩(BMIC) 개발에도 나섰다. 지금까지 BMIC 시장은 해외에서 주도해왔으나, 최근 국내 여러 기업들에서 BMIC 국산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넥스트칩의 BMIC 개발 완료 시점은 2024년으로, 전기차 시장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많은 수요가 예상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