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연 에너지저장연구실 박준영 책임연구원(좌)과 인세환 책임연구원(우). [사진=한국기계연구원] ](http://www.the-tech.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5494009991_8744ce.jpg?iqs=0.5932623628684975)
[더테크 이승수 기자]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력망 안정화와 출력 변동성 완화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에너지저장시스템의 핵심 기술을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한국기계연구원은 탄소중립기계연구소 에너지저장연구실 박준영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대용량·장주기 에너지저장시스템인 액체공기 에너지저장시스템(LAES)의 핵심 기자재인 터보팽창기와 콜드박스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공기액화 실증에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액체공기 에너지저장시스템은 잉여 전력으로 공기를 액체 상태로 저장한 뒤, 전력 수요가 높을 때 이를 활용해 발전하는 방식이다. 압축기에서 공급된 고압 공기가 터보팽창기를 거치며 냉각되고, 콜드박스에서 열교환·팽창 과정을 거쳐 영하 175℃(98K) 이하의 액체공기로 전환된다.
기존의 대표적 대용량 에너지저장 방식인 양수발전이나 압축공기 저장은 지리적·환경적 제약이 뒤따랐으나, 액체공기 방식은 대기압 상태에서 저장할 수 있어 입지 조건의 제한이 없다. 또한 전력 저장뿐 아니라 냉난방 공급, 산업 현장의 폐열 활용 등 다양한 에너지 솔루션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번 개발 과정에서 정압베어링을 적용해 분당 수십만 회 이상의 고속 회전을 구현한 터보팽창기를 제작했으며, 중공 구조와 단열재를 적용해 열손실도 최소화했다. 콜드박스에는 다층박막 단열재와 고진공 단열 구조를 적용해 외부 열유입을 차단했으며,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냉열을 액화 공정에 재활용해 효율도 높였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하루 10톤 규모의 액체공기 생산이 가능함을 실증했으며, 터보팽창기와 콜드박스의 설계·제작·운전제어 기술을 모두 내재화했다. 두 장비를 자체 개발해 액체공기 생산을 실증한 것은 국내 최초 사례다.
박준영 책임연구원은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남에 따라 대용량·장주기 에너지저장시스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액체공기 에너지저장시스템은 입지 제약이 없고 환경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어 국내 여건에 적합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성과는 상용화와 보급 확산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기계연 탄소중립기계연구소 에너지저장연구실을 비롯해 액체수소플랜트연구센터, 김해극저온기계실증연구센터가 협업했으며, 기계연 기본사업인 ‘대용량 액체공기 에너지저장 핵심기계기술 개발’ 과제를 통해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