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I, 표면 오염에 의한 일함수 변화 상관관계 규명

차세대 반도체 소자, 전극촉매 및 이차전지 개발에 중요한 역할 기대

 

[더테크 뉴스] 국내 연구진이 금속 표면의 오염도와 일함수 변화 간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일함수(work function)는 진공 환경에서 고체 표면에 빛을 쪼여줄 때, 고체 표면으로부터 전자가 방출되는데 필요한 최소 임계 광자 에너지를 말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KBSI)은 소재분석연구부 정범균 박사 연구팀이 초고진공 환경에서 백금 단결정 표면에 존재하는 미량 기체의 오염이 일함수에 미치는 정량적인 영향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일함수는 반도체와 금속 간 전자의 에너지를 결정하는 값으로, 고성능 회로 소자 구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반도체 소자와 금속-반도체 접합 부분 간 일함수 차이가 적을수록, 접촉 저항이 줄고 전자의 흐름이 좋아지게 된다.   

 

통상 집적회로 내 반도체 소자를 이어주는 회로 도선으로 귀금속이 사용되는데, 이 귀금속 표면의 일함수를 정확히 알아야 고효율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일함수는 표면의 원자배열, 화학 상태, 미량의 오염에 크게 변화하므로, 이러한 변수들을 조절할 수 있어야 원하는 일함수 값을 가질 수 있다.  

 

반도체 제조는 공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불순물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공 상태에서 이뤄지는데, 초고진공 환경에서 이러한 과정들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는 전 세계에도 드물다. 표면의 일함수와 화학 조성을 동시 측정한 사례도 없어 두 가지 특성 간 상관관계도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소재분석연구부에 설치된 최첨단 표면 분석장비인 ‘근상압 X선 광전자분석기’를 활용해 초고진공 상태에서 존재하는 극미량 잔류 기체로 인한 표면 오염이 백금 표면의 일함수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기체가 매우 희박한 초고진공 환경에서도 미량의 잔류 기체(H2, CO)에 의해 백금 표면에 탄소 오염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일함수가 최대 1 eV까지 감소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일반적인 트랜지스터의 스위칭 전압 레벨이 0.5~1 eV임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다. 

 

또한 초고진공보다 높은 압력의 기체가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분석이 가능한 장비의 특성을 이용, 표면 오염을 제거하는 기체 환경에서의 일함수 변화도 측정했다. 탄소 오염물을 산화 제거시킬 수 있는 산소를 챔버 안에 주입했더니, 탄소는 제거되지만 그만큼 산소 기체가 흡착하면서 일함수가 최대 1 eV까지 증가했다. 

 

금속 재질의 회로 도선과 반도체 소자 간 일함수를 일치시키면, 그만큼 계면 저항이 줄게 돼 저전력으로도 회로가 잘 작동하게 된다. 이러한 계면 제어 방법은 향후 고성능 반도체 집적 회로 제작은 물론, 차세대 전극소재 개발에 필요한 촉매 및 반응 물질의 계면 간 전자 흐름 연구, 이차전지 내 전극-전해질의 계면 간 이온의 흐름을 최적화하는 기술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KBSI 정범균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금속 표면의 오염 등 화학적 상태와 일함수의 변화라는 두 가지 특성 간의 상관관계를 정량적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반도체 소자, 촉매, 배터리 내 계면들의 성능 최적화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표면과학 분야 유수 학술지 ‘어플라이드 서페이스 사이언스(Applied Surface Science)에 게재됐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