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 이지영 기자] ‘김부장’의 글로벌 흥행은 웹툰 IP의 확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Tudum)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김부장’은 시청 수 910만 회를 기록하며 비영어권 콘텐츠 1위에 올랐다.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에서 정상을 차지했으며, 72개국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웹툰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핵심 IP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이제 그 무대는 영상 콘텐츠를 넘어 현실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연구진은 확장현실(XR) 기술을 활용해 독자가 공간 속에서 만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을 개발하며, 웹툰이 ‘보는 콘텐츠’에서 ‘경험하는 콘텐츠’로 진화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KAIST는 전기및전자공학부 이안 오클리(Ian Oakley) 교수 연구팀이 웹툰 창작자와 독자,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전문가 등 15명이 참여한 사용자 연구를 통해 XR 만화에 필요한 핵심 디자인 원칙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XR 환경에서 만화를 제작하고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 ‘코믹스XR(ComiXR)’을 개발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기존 인쇄 만화를 XR 콘텐츠로 직접 변환한 뒤 현실 공간에 캐릭터와 말풍선, 효과 요소를 배치하며 기존 화면 중심의 웹툰과는 다른 새로운 만화 경험을 구현했다.
이번 연구는 스마트폰 기반 세로 스크롤 웹툰 이후 등장할 차세대 만화 플랫폼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메타 퀘스트 프로를 기반으로 3차원 공간에 캐릭터와 말풍선, 효과음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기존 화면 중심 콘텐츠의 한계를 넘어섰다.
실험 결과 독자들은 평면 페이지를 가상공간에 단순히 띄우는 방식보다 현실 공간의 깊이를 활용한 연출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릭터를 배경 뒤에 배치하거나 말풍선을 별도 레이어로 구성할 경우 몰입감이 크게 향상됐다.
특히 시선 추적(Eye Tracking) 기술은 XR 만화의 핵심 기능으로 주목받았다. 독자가 특정 캐릭터를 바라볼 때만 다음 대사가 나타나도록 설계해 결말이나 중요한 장면을 미리 보게 되는 스포일러를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기존 웹툰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촉각 기술도 더해졌다. 연구팀은 독자의 표정 변화에 따라 특수효과가 나타나고, 햅틱(Haptic) 기능을 통해 등장인물의 심장 박동까지 전달하는 등 시각뿐 아니라 촉각까지 활용하는 몰입형 콘텐츠를 구현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XR 만화를 위한 네 가지 핵심 디자인 개념도 제안했다. 방 안 벽면을 전시 공간처럼 활용하는 '패널 갤러리', 책상 위에 팝업북처럼 만화를 띄우는 '팝업', 야외 공간에서 3D 캐릭터를 활용하는 '어라운드 코믹', 저시력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인 '인클루시브 코믹스'가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XR 만화가 기존 웹툰을 대체하기보다 웹툰 지식재산(IP)을 활용한 전시·교육 콘텐츠와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문화 접근성을 높이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정보전자연구소 아마르 알타이(Ammar Al-Taie)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 전기및전자공학부 한현영 박사과정생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으며,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대회인 ACM DIS 2026에 채택됐다.
이안 오클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만화를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의 공간과 시선, 움직임까지 고려한 미래형 만화 경험을 설계한 연구"라며 "XR 기술은 누구나 더욱 몰입감 있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