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 서명수 기자]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시용 시제품 수준을 넘어 공장, 물류창고, 유통 매장 등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생산 도구로 활용되면서 글로벌 로봇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속도'에서 찾고 있다. 완성도를 높인 뒤 시장에 출시하는 방식보다 일정 수준의 성능을 확보한 제품을 먼저 현장에 투입하고, 운영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세대 모델을 개발하는 전략이 주효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36Kr 연구원은 중국 임바디드 AI 시장 규모가 2026년 1조 위안(약 23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 배경에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발전뿐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축적되는 대규모 운영 데이터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수천 대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조 공장과 물류센터, 상업시설에 배치돼 화물 운반, 분류, 검사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계단, 단차, 비정형 물체 취급 등 시뮬레이션 환경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며 로봇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대표 기업들의 전략도 뚜렷하다. 유비테크는 자동차·항공 산업에 특화된 휴머노이드 '워커' 시리즈를 앞세워 제조업 현장을 공략하고 있다. 액추에이터를 자체 개발하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통해 현장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아지봇은 대량 생산과 개방형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자체 운영체제와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개발자 생태계를 확대하는 한편, 휴머노이드 렌탈 사업을 통해 상업시설과 전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초기 도입 비용 부담을 낮춰 실제 활용 사례를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갈봇은 2족 보행 대신 바퀴형 이동 플랫폼과 양팔 구조를 채택해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무인 약국과 물류창고 등 비정형 환경에서 운영 경험을 축적한 뒤 최근에는 CATL 배터리 공장 등 제조 현장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정부 지원도 있다. 중국 정부는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임바디드 AI를 국가 핵심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25년 관련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380억 위안(약 8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은 감속기, 모터, 액추에이터, 센서 등 핵심 부품 공급망을 자국 내에 구축하며 제조 비용을 크게 낮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요 부품 공급업체 수가 미국의 5배 이상에 달하며 제조 원가는 해외 경쟁사 대비 절반 이하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분석한다.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로봇 전용 데이터 트레이닝 센터도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베이징 스징산구의 로봇 훈련센터는 1만㎡ 규모의 세계 최대급 시설로 발전했으며, 전자 피부 기반 촉각 데이터와 가상현실 기반 원격 조작 데이터를 축적하며 차세대 로봇 학습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중국 산업 현장의 변화다. 중국 기업들은 로봇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물류창고와 매장 환경을 로봇 친화적으로 재설계해 휴머노이드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있다. 선반 높이와 조명, 작업 동선까지 로봇 기준으로 최적화하며 현장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현장 적용 속도와 데이터 축적 능력에 있다"며 "실패를 비용이 아닌 데이터 투자로 인식하는 문화가 중국 로봇 산업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휴머노이드 경쟁이 단순한 하드웨어 성능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학습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그 경쟁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