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 이지영 기자] 연세대학교가 양자컴퓨터와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를 결합한 ‘양자 중심 슈퍼컴퓨팅’ 체계를 구축하고 난치병 원인 규명에 나섰다. 기존 컴퓨팅으로는 수십 년이 걸리는 생명과학 계산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연세대는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IBM과 공동으로 슈퍼컴퓨터 ‘후가쿠(Fugaku)’와 연세대의 ‘IBM 퀀텀 시스템 원’을 연결해 초대형 계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터와 고성능 슈퍼컴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로 생명 현상의 근본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이 목표다.
첫 연구 대상은 신생아가 1년 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희귀 난치질환 ‘리 증후군(Leigh Syndrome)’이다. 이 질환은 세포의 에너지 생산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전자 전달 과정 이상으로 발생한다. 근본 원인을 밝히려면 10억×10억 규모 행렬 연산이 필요해 현존 슈퍼컴퓨터로도 수십 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양자컴퓨터의 병렬 계산 능력과 슈퍼컴퓨터의 안정적 대규모 연산 능력을 결합하면 복잡한 생물학적 시스템을 더 빠르고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기존 계산 모델의 한계를 넘어 ‘원리적 이해’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평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 공동 연구를 넘어 국가 간 초대형 계산 인프라를 물리적으로 연결한 메가 사이언스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RIKEN은 이미 후가쿠와 IBM 양자 시스템을 연결한 바 있으며, 연세대는 이를 기반으로 다국적 연구진을 구성해 바이오 분야 양자 알고리즘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리 증후군 연구를 시작으로 난치암, 노화, 생체 에너지 대사 이상 등 의학·생명과학 분야의 난제 해결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특히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서 질병을 증상 단위가 아닌 분자·에너지 수준에서 이해하는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는 이번 시스템을 ‘양자-AI 알고리즘 센터’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고, 향후 인천시와 협력해 국가 양자 클러스터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재호 연세대 양자사업단장은 “계산 능력의 한계가 과학 발전의 경계를 결정해 왔다”며 “양자컴퓨터와 슈퍼컴퓨터의 결합은 인류 난제를 해결할 새로운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